평생 키보드밥을 먹으며 살아와서 그런지 나는 나름 키보드와 마우스에 대한 집착이 있는 편이다. 하루종일 만지는 장비로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을 뽑겠지만 나의 경우엔 키보드와 마우스다. 핸드폰으로 하는 대부분의 일들을 대부분 PC로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고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을 즐기다 보니 키보드가 하루 종일 손에서 떠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만큼 키보드에 대한 선택이 나름 깐깐한 편이고 한번 구매한 키보드는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가까이 사용하다보니 더욱 신중하게 선택하는 편이다.
한국에서 개발 현업으로 마지막까지 사용했던 키보드는 "레오폴드 FC660M PD" 모델이었다. 66키 기계식 키보드로 Function Key (F1~F12)가 없는 키보드다. 개발을 하면서는 크게 불편함 없이 오랬동안 사용하고 이제는 박스에 잘 보관중이다.
당시 국산 제품으로 기계식 키보드를 생산하는 업체가 거의 없었는데 레오폴드는 기성제품으로는 좋은 품질을 보였었다. 지금이야 중국산 제품에 밀려 명성이 예전같지 않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애착이 가는 브랜드고 마지막까지 현업에서 뛰었던 장비라서 그런지 쉽게 누구에게 주거나 판매할 수 없는 애착이 가는 키보드 중 하나이다.
인도네시아에서 거주하면서 처음에는 키보드 사용할 일이 많지 않아서 iMac 함께 딸려온 매직키보드만을 사용했었다. 키감도 좋지 않고 너무 작은 형태라 나한테 맞지는 않지만 하루에 한번도 키보드를 만질일이 없었던 당시에는 불편함이 없었다. 그러다가 발리에서 자카르타로 이주를 하면서 다시금 IT 관련 일을 시작했고 키보드 찾아 삼만리가 다시 시작되었다.
한국에 잠시 방문할 일이 있어서 귀국을 했다가 다시금 눈에 들어온 제품이 "레오폴드 FC750RBT" 였다. 당시 레오폴드의 주력 라인 모델로 블루투스 5.1 에 대응하면서 AAA 사이즈 배터리 2개를 사용하는 유무선 겸용 키보드이다. 맥북을 주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점퍼셋팅으로 OSX에 맞게 사용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인도네시아로 돌아와서도 한동안 사용을 하다가 지금까지 없었던 손목 통증이 생겨서 그 핑계로 다른 키보드를 찾게 되어 장농행이 된 키보드이다. 나름 측각 키캡으로 꾸미면서 애지중지 사용을 했던 키보드라서 아직도 장농에서 잘 주무시고 계신다.
집에서는 Mac Studio를 사용하고 외부에서는 Macbook Pro를 주력으로 사용한다. 그렇다보니 휴대성이 좋은 키보드를 알아보게 되었고 키크론의 로우 프로파일 키보드인 K3를 지금까지도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사용하고 있다.
K3를 시작으로 Keychron 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외부에서는 K3 키보드를 사용하고 책상에서 사용할 키보드를 물색하던 중 키크론에서 Alice Layout의 키보드가 출시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검색에 들어갔다.
손목통증이 시작되었지만 밥벌이가 키보드밥이다보니 그나마 해결책을 찾고자 했던게 Alice Layout 이었다. 아마도 전산밥을 좀 드신 분들이라면 예전 네츄럴 키보드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키크론의 라인업은 Q, K, V, C, B 로 크게 구분되고 해당 시리즈에서 또 Max, Pro 등으로 나뉜다. 키크론의 개국공신 역할을 했던 K 시리즈는 대부분의 하우징이 플라스틱이고 게이트론 일반축 스위치를 사용했다. 그외의 시리즈는 하우징, 스위치, 블루투스 지원등에 따라서 시리즈를 나눈 것 같다. 키크론 시리즈 중 가장 상위 시리즈는 Q 시리즈로 풀메탈 알루미늄 커스텀 키보드이다.
Q 시리즈 중에서 Alice Layout으로 출시된 제품이 바로 Q10이다.
75% 사이즈 앨리스 레이아웃에 추가 매크로 키 5개가 결합된 키보드이다. RGB 백라이트에 핫스왑, Knob 까지... 나에게는 부족함이 없는 키보드이다. 키크론 제품이 애플의 맥 환경에서도 100%(?) 매칭이 되고 VIA를 통해 매크로 및 로터리 노브에 다양한 기능을 접목시켜 사용할 수 있는 팔박미인 키보드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다른 키보드와 다른 점이 있다면 Alice Layout 이면서 B 키가 2개라는 점이다. B 키는 사람마다 왼손으로 치는 사람도 있고 오른손으로 치는 사람도 있다. 나의 경우엔 왼손으로 B 키를 사용하지만 오른손으로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벌어진 키보드 배열의 B키가 왼쪽에 있다면 평소 습관이 달라져야 하는 불편이 생길 수 있는데 키크론의 Alice Layout 키보드는 그런 부분까지 커버하기 위해서 B 키가 양쪽에 배치되어 있다.
하이엔드 라인업에 걸맞게 가스켓, 흡음재, PCB 등 커스텀 기계식 키보드에 뒤지지 않는 구성으로 출시된 라인이 Q 라인이다. 하우징 자체가 Full Metal Alumium 이다보니 무게가 거의 흉기 수준이다. 이동용이 아니고 거치용이기 때문에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은 오히려 흔들림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매력 포인트가 되는 부분이다.
초창기 Q 시리즈는 다른 라인과 달리 유선만을 지원했다. 블루투스를 지원하면 좋으련만 커스텀 키보드의 색깔을 갖기 위해서 충분히 내장할 수 있는 기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선만 지원을 했다. 이후 Q 시리즈 Pro 라인이 나오면서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라인업이 생겨났다.
Q10을 잘 사용하다가 당시 개발자의 일을 하기도 했지만 CEO의 일을 겸하다 보니 예전에 불편함이 없던 숫자키패드의 부재가 아쉬웠고 답답함으로 다가 왔다. 숫자를 칠 일이 많이 생겼는데 숫자키가 별도로 없으니 속도도 문제였지만 오타도 많이 생겨서 풀사이즈의 키보드에 욕심이 생겼다. 기왕 Q 시리즈를 사용한거 숫자 전용키보드를 영입 했다. 바로 Q0 !!!
Q0 역시도 기계식 키보드 하이엔드 라인업이라 그런지 USB-C 유선만 지원되는 키패드이다. Q10과 Q0를 함께 사용하니 한결 키보드 라이프가 편해졌다. 다만 주렁주렁 키보드 연결을 위한 선들이 책상을 뒤덮었고 깔끔한 데스크테리어는 물건너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CEO의 직책을 내려놓고 다시금 순수 개발자로 전향하면서 Numpad 인 Q0는 다시금 장농행이 되었다. 외부 아웃소싱 프로젝트 업무를 하는 동안 기존 Q10을 사용하다가 적축 특유의 조용함도 질리고 새로이 출시된 Q Pro 라인이 블루투스를 지원해서 지름신이 다시금 오시는 바람에 Q10 Pro 바나나축을 들이게 됐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당시 구할 바나나축을 판매하는 곳이 없었고 Q10 Pro 역시 판매하는 곳이 없어서 키크론 본사 직구를 진행해서 일주일만에 내손에 도착했다.
블루투스 5.1에 정방향 RGB LED, CNC 알루미늄 프레임, 핫스왑 지원, PBT 기본 키캡 그리고 K Pro 바나나축... 만족하지 못한 부분이 없을 정도로 기성 제품으로는 정말 최고라고 생각이 들었다.
키크론 정품 키캡으로 키캡놀이도 해주고 애지중지 사용중인 키보드이다. 기존 Q10과 다른점은 블루투를 지원한다는 점이고 기존에 내가 사용하던 Q10은 적축이었고 Q10 Pro는 바나나축이라 더욱 쫀득하고 타건감이 좋은 느낌을 준다는 차이가 있다. 어쨌든 책상에서 키보드 케이블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사무실에서는 Q10 Pro를 사용했고 집에서는 기존 Q10을 사용하다가 Full Size 의 Alice Layout 키보드인 Q13 Pro 출시가 되면서 최근에 영입하게 된 키보드가 바로 Q13 Pro 키보드이다.
이 키보드 역시 인도네시아 마켓에서는 바나나축을 판매하고 있지 않아서 공홈 직구를 진행해야 했다. 기존에 계속 Q10을 사용해 왔던지라 적응할 필요도 없었고 무선이라 키보드 선이 주렁주렁 책상위를 다닐 필요도 없기에 나름 데스크테리어에 한 몫하는 놈으로 자리 잡았다. Q13은 전용 팜레스트가 없어서 Q10용 팜레스트를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 불편함은 없다. 위의 사진의 케이블은 무선을 위한 충전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케이블이다.
지금까지 글에서 보았듯이 여러 키보드를 거쳐 결국 최종적으로 Q13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고 나름 "인생키보드"라고 칭할 수 있을 만큼 만족도를 주는 키보드이다. 나름 오랜시간 타이핑을 하는 사람인지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손목통증도 생겨났는데 팜레스트랑 Alice Layout 키보드를 사용하니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키패드가 오른쪽에 배치된 키보드라서 별도의 Numpad를 쓸 일도 없고 좌측으로 5개 숫자패드 위에 4개의 매크로 키가 위치하고 있어서 다양한 매크로 및 단축키로 활용하기에도 차고 넘치는 키보드이다.
알루미늄 풀메탈 키보드이다보니 내구성은 말할 것도 없고 무게감까지 있어서 안정감까지 준다. 바나나축이 주는 키감은 개인적으로 적당한 소음과 키감을 주기에 다른 축으로의 변경 욕심이 현재까지는 생기지 않고 있다. Q10과 동일하게 B키가 양쪽으로 나뉘어서 불편함 없이 어느 손으로도 칠수 있고 스페이스바 역시도 양쪽으로 나뉘어 있기에 왼손, 오른손 양손다 사용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한다.
최근 키크론은 QMK/VIA 사이트 대신 자체 런처 사이트를 오픈했다. 기존 VIA 사이트보다 더 편하고 키크론 제품에 대해서 별도의 레이아웃 JSON 파일 업로드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키크론 사용자로서는 좋아진 점이라고 생각된다.
https://launcher.keychron.com/
키크론 Alice Layout의 유일한 단점을 찾으라고 한다면... 키캡놀이가 쉽지 않다는거다. 보통의 키캡들이 B 키가 1개이기 때문에 B 키가 2개 들어있는 키캡 묶음을 찾기가 쉽지 않다. 나의 경우엔 키크론에서 판매하고 있는 키캡을 사용했는데 사람 욕심인지라 더 이쁘고 깔맞춤 가능한 키캡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B 키가 2개 필요하다는 문제 때문에 더이상 키캡놀이를 하지 못한다는게 아쉬운 부분이다.
OSX를 사용하면 매크로, 단축키 등에 대한 설정을 하는 요령을 포스팅 한 글들이 있다.
https://clien78.tistory.com/203
https://clien78.tistory.com/202
Automator 와 키크론 런처의 Custom 기능을 활용하면 자신만의 인생키보드를 만드는데 한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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